노루귀#4

2017. 3. 4. 18:07nature

 

노루귀

       성백군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산기슭 후미진 곳
참나무 그늘 밑에 돋아난 노루귀는
지난가을 노루가 포수를 피해 도망가면서
빠뜨려 놓은 발자국에 들을 귀가 생긴 거라

겨우내
무서워 꼭꼭 숨어 지내다가
봄 되자 낙엽 헤치고 소리를 모으느라 쫑긋
어린 꽃봉오리에 뽀송뽀송 솜털이 난 거라
잘했다고 예쁘다고
남 속 타는 줄 모르고 반기는 봄바람이
툭툭 치며 어를 때마다 청각은 방해를 받고, 대신에
꽃잎은 사방을 살피느라 활짝 벌어지는 거라

포수가 노루 잡으려 왔다가
눈도장만 찍고 가네
그게 노루귀인 줄 모르고
사진을 찍어 컴퓨터에 담아 놓았던 기라
요즘은 인터넷 세상, 날마다 소식 전송해
포수는 맨날 허탕만 치고---,

노루귀 있는 곳에는 노루가 없는 거라
노루가 아닌 거라. 그게,
늦게 나온 풀잎이 노루귀를 닮았다는
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기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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